they're free 류승범
가장 키치적이고 자유로운 영혼
류승범만의 매력, 색깔. 그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이렇게 우리를 늘 궁금하게 만드는 것일까?
류승범 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는 양아치. 덜 다듬어져서 거친 분위기가 나는 외모에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지으면 그 순간 류승범은 ‘배우 류승범’이 아니라 양아치로 보인다. 침을 손바닥에 뱉어 구레나룻을 다듬고 통기타를 치며 걸쭉한 욕설을 내뱉던 <품행제로>에서의 류승범과, 살기가 가득 실린 눈빛으로 교도소 내에서도 문제를 일으키며 ‘꼴통’ 으로 불리던 <주먹이 운다>에서의 류승범.
마약 밀매상으로 악한 형사와 최악의 인간끼리 대결을 펼쳤던 <사생결단>에서의 류승범. 때론 웃기고 때론 리얼하고 때론 진중하게 나왔지만, 류승범이라는 배우가 소화해내는 불량 연기는 다른 배우들과 차원이 다르다. 류승범은 확실히 잘생긴 얼굴은 아니지만 못난 구석도 없다. 작고 날카로운 눈매에 웃을 때면 천진난만한 개구쟁이 같은 시원한 입매.
그래서 그에겐 두 가지의 야누스적인 모습이 존재하는 것 같다. 사악함과 천진함이 공존하는 얼굴.
그래서 어느 작품에선 좋다가도 또 어느 작품에선 선뜻 다가갈 수 없는 포스를 뿜어 내기도 한다. 호감, 비호감을 떠나서 그의 연기 자체가 좋다. 또 그의 루저, 아웃사이더적인 모습까지도.
>> 그에 관한 최대의 미스터리 re 자신의 매력을 극대화시키는 패션 감각이다. 도대체 그 센스는 타고난 것인가? re 왜 우리는 류승범을 우리나라에서 짜증 연기를 잘하는 배우로 꼽을까? re 오버와 절제, 마니아와 대중, 주류와 비주류 사이를 아주 교묘하게 줄타기하는 배우. 비결은 무엇일까?
they do without limitation 조승우
세상의 눈치를 보지 않는 유아독존 <춘향뎐>의 변 사또에 맞서기에 이 도령 조승우의 카리스마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클래식>의 ‘준하’ 역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데 어색해하는 수줍은 소년일 뿐이었다. 그랬던 그를 강한 이미지의 캐릭터보다도, 오히려 그가 맡았던 어떤 캐릭터보다도 약했던 <말아톤>에서 였다.
그저 장애 아동을 연기한 것이 아닌, 영화 속에서 그의 모습은 연기자가 아닌 장애인 그 자체였다. 캐릭터뿐 아니라 스토리를 온몸으로 말하고 있었기 때문. 세상의 눈치를 보지 않는 그의 이미지는 이렇게 또다시 주목받게 되었다. 그 이후 <하류인생>과 <도마뱀>, 그리고 <타짜>. 어느 하나 그가 세상의 눈치를 보며 망설인 캐릭터는 없었다. 단지 캐릭터와 영화가 모두 그에게 흡수되었을 뿐. 그야말로 유아독존이라는 단어는 조승우.
그에게 있어서만큼은 새로운 의미로 적용되어야 할 것 같다. <헤드윅>과 <지킬앤하이드>에서 성차를 잃어버린 듯한 연기와 1인 2역의 다중 캐릭터로 관객들을 그의 연기 속에 잠식시켰던 뮤지컬. 그외에도 8월 중 선보일 <맨오브라만차>의 돈 키호테 조승우가 그 어느 때보다도 든든히 무장한 것 같다는 확신이 드는 것은 맡은 캐릭터를 자신에게로 흡수시켜버리는 끔찍한 연기 식성과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는 미스터리할 정도로 뜨거운 그의 열정 때문일 것이다.
>> 그에 관한 최대의 미스터리 re 그의 연기 카리스마는 연기 이외의 연애사에도 적용될까? 그의 실생활은 어떤지, 말투는 어떤지 기억나지 않는다. 매번 극중 다른 캐릭터에 홀릭되어버리니까. re 미스터리! 조승우. 그는 정말로 다중이가 아닐까? re 평소 취미가 뮤지컬 관람이라는 그. 그 자신이 매일매일 뮤지컬에서 열연하고 있기 때문 아닐까?
they hide 유지태
생각을 알 수 없는 진지청년
매력남의 시대를 열었던 유지태. 지금의 그를 생각해보자. 우리에게 어떤 배우로 각인되어 있는가? 연기 잘하는 배우? 카리스마 있는 배우? 인간적인 배우?
희한하게도 유지태라는 배우의 존재감은 느껴지는데 그를 설명할 수 있는 수식어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그동안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그를 정의하는 일이 더욱 혼란스러워진다. <주유소 습격사건>, <바이준>에서 반항적인 모습, 청춘 스타라는 수식어를 붙여주었던 <봄날은 간다>, <동감>, 청춘 스타의 이미지를 산산조각 냈던 <남자는 여자의 미래다>, <올드보이>, <뚝방전설>까지… 항상 입가에 잔잔하고 수줍은 미소를 띠고 있지만 그가 머릿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도무지 알 수 없다.
평소에도 무뚝뚝하고 말이 없는 성격인 그가 무엇을 생각하는지는 행동으로 옮긴 후에야 알 수 있다. 유지태를 처음 만났을 때 그의 진지한 아우라가 두려웠던 기억이 난다. 보통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순간 위축되는 느낌까지 받았다. 사람들은 <동감>의 유지태를 좋아했지 <올드보이>의 유지태를 끌어안지는 않았다. 그런 와중에도 그는 즐거워했다. 대중의 입맛도 맞추고 감독의 작품관에도 맞추고 제작사 비위도 맞추고 이래서는 되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비록 대중적인 인기와 급호감형 이미지는 놓쳤지만 제법 배우스럽다는 평을 듣기에 이르렀다. 말없는 그가 이렇게까지 진지하게 배우로 살아남길 원하고 있었다니….
그의 연기관은 아직도 미스터리하고 언론 매체에서 보여주는 따뜻한 웃음은 그의 행보를 따라갈 때마다 괴리감을 안겨준다. 이 남자, 과연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그 유지태가 맞는 걸까?
>> 그에 관한 최대의 미스터리 re 김효진과의 러브라인은 왠지 미스터리한 그의 이미지와 매치되지 않는다. re 모델 출신인 그가 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아저씨 패션을 선보인 것일까? 그 뒤로도 패션 감각이 별로 나아지지 않는 듯. 예전의 패셔너블함이 그립다. ㅜㅜ re <올드보이>에서 최민식과 동창이라는 설정은 너무하잖아. 그도 그 사실을 인지했을까?
their face is blank 박해일
얼굴과 성격의 기묘한 부조화 해맑다기보다는 핏기 없는 얼굴. <국화꽃 향기>에서 그의 모습이 어쨌든지 간에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그는 공포스러운 행동, 표정을 한치도 보인 적 없다. 영화 상영 시간 내내 무덤덤한 표정과 말투로 일관했을 뿐. <좋지 아니한가>에서부터 미스터리한 역할에 올인이라도 하듯 “우주는 왜 생겼고 사람은 왜 태어나는가, 어디로 가는가, 달은 왜 떠 있나, 우린 아는 게 없잖아”의 명대사를 내뱉으며 미스터리한 이미지를 굳히기 시작하더니 <괴물>에서는 미스터리한 상황에서도 눈 하나 깜짝 않고 술을 퍼마시는 한심한 삼촌으로 등극하여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쥐고 흔들기 시작했다.
가장 최근의 <극락도 살인사건>에서의 그는 미스터리를 반전 미스터리로 추궁해나가는 보건소장 제우 역으로 등장. 지금까지 그의 캐릭터 연기 행보를 들여다보면 그가 미스터리한 분위기 자체에 휩쓸린다거나 미스터리한 분위기 속에 파묻힌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마치 <연애의 목적>에서 연상녀 홍에게 작업 거는 뻔뻔스러운 유림처럼 미스터리한 상황과 캐릭터에 굴하지 않고 능글능글하게 그 상황을 쥐고 흔드는 그….
그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모든 관객들이 공감하듯 정말 ‘미스터리 상황 자체에 녹녹해져 있는 배우’라는 사실 이었다. 그토록 해맑게 웃던 <국화꽃 향기>의 인하처럼 그의 언행과 성격은 아직 절반도 파악되지 않은 그의 유일한 미스터리가 아닐까?
>> 그에 관한 최대의 미스터리 re 저렇게 해맑은 얼굴에서 어떻게 저런 연기가 나올 수 있는 걸까? re 박해일. 진짜 만나면 어떤 말을 꺼낼지 먼저 겁나기 시작. re 보통 추리 소설을 보면 꼭 범인은 박해일 같은 인물. 너무 평범하고 여려 보이지만 내면에는 강렬한 트라우마로 꽉 차 있는…. 그래서 나는 박해일이 겁난다.
they've no rules 양동근
세상과 거리를 두는 아웃사이더 하도 엽기에 위트가이가 판을 치다 보니 새삼 신비한 매력을 지닌 남자와의 연애를 돌아보게 된다. 바로 양동근과 같은 남자 말이다. 나이 많으신 분들은 “허허 그 녀석 귀여웠지” 하며 <서울뚝배기>의 아역 배우도, 현재 20대인 사람들에게는 ‘구리구리 양동근’ 또는 음악 프로그램에서 껄렁껄렁하게 랩을 읊조리던 힙합 뮤지션으로. 세대별로 사람들이 그를 기억하는 이미지가 너무나 판이하다는 것이 참 재밌다.
특유의 속 깊은 암울한 모습이 가슴에 파고들다가도, 짓궂은 귀여운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랩퍼로 멋지고 근사한 무대를 연출하기도 하는 양동근은 급기야 지금은 연극 <관객모독>을 통해 연출자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쑥스러움도 많이 타는데 어디서 그런 파워가 나오는지 천연덕스럽게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모습을 봐도, 의외의 모습이었던 랩을 하거나 춤을 추는 모습을 봐도 ‘우와!’라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각 장면에서 캐릭터가 느낄 법한 복잡다단한 정서를 하나의 감정이 아닌 여러 개의 감정을 가지고 풍부하게 연주하는 교향악 같은 연기를 하는 양동근. 분노와 함께 연민이 보이고, 슬픔과 함께 억울함이 쏟아지고, 기쁨과 함께 불안을 느끼는 진짜 인간이 맛보는 다양한 감성들의 미묘하고 복잡한 어우러짐을 전한다.
그가 비틀거리며 어눌한 말투로 툭툭 내뱉는 것은 왠지 불량해 보이지만, 뭔가 설득당하는 기분도 느끼게 한다. 특유의 어눌함이 완벽함을 가장한 듯 묘한 매력이 깃든 배우라 평하고 싶다. 웃음을 줄 때 확실히 웃기고, 눈물을 줄 때 확실히 울리고 고통을 줄 때 폐부를 찌르고 망가질 때 확실히 망가지는, 자신을 최대한 희극화시킬 줄 알고 최고로 비극화시킬 줄 아는 진짜 광대 같은 배우 말이다.
>> 그에 관한 최대의 미스터리 re 지금까지 정말 예쁘고 근사한 여자친구가 많았다고 하던데, 여자들은 그의 어떤 면에 열광하는 것일까. re 왜 작품마다 마니아층만 늘고 시청률은 부진한지. 양동근 특유의 연기는 참 매력 있는데 말이야. re 배우라면 어느 정도 비주얼이 되어야 가능하다는 공식을 진짜 제대로 깨준 배우. 그 진짜 비결은 무엇일까?